SF거장 아서 C. 클라크 등 유해도 실려…달 신성시 美원주민 반발
내달에도 민간 달착륙선 추가 발사 예정…'달 경제' 활성화 실현될까

▲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민간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싣고 날아오르는 벌컨 센타우어 로켓.(사진= 연합뉴스 제공)
▲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민간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싣고 날아오르는 벌컨 센타우어 로켓.(사진= 연합뉴스 제공)

(서울=연합뉴스) [남기웅 기동취재부 기자] 미국 기업의 탐사선이 세계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이라는 인류 우주 도전사의 새 이정표를 향해 지구를 떠났다.

우주기업 애스트로보틱이 개발한 달 착륙선 페레그린은 8일(현지시간) 오전 2시18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로켓 벌컨 센타우어에 실려 발사됐다.

페레그린은 올해 2월 23일 달 앞면에 있는 폭풍의 바다 동북쪽의 용암지대 시누스 비스코시타티스에 착륙할 예정이다.

이 탐사선의 착륙이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민간 달 탐사선으로 기록된다.

그간 달에 안착한 유·무인 탐사선이 있었으나 이들은 모두 미국, 소비에트연방(현 러시아), 중국, 인도가 국가 주도로 성공한 프로젝트였다.

아울러 미국으로서는 1972년 12월 마지막 유인 달 탐사선이었던 아폴로 17호 이후 51년여 만에 달 표면에 대한 탐사를 재개하는 것이 된다.

미국 피츠버그에 본사가 있는 애스트로보틱의 존 손턴 최고경영자(CEO)는 "아폴로 이후 처음이 될 미국의 달표면 귀환에 앞장선다는 건 크나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페레그린은 아폴로 우주선처럼 달까지 곧장 날아가지 않고 한 달 동안 달 궤도를 돌다가 서서히 고도를 낮춰 연착륙을 시도한다.

이 탐사선에는 달의 표면 구성과 방사능을 조사할 과학기구가 실렸다. 이는 조만간 있을 우주비행사들의 달 착륙을 앞두고 보다 자세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20년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를 개시해 올해 11월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려 달 궤도 비행을 시도하고, 2025년이나 2026년께에는 우주비행사 2명을 실제로 달에 내려보낸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민간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싣고 날아오르는 벌컨 센타우어 로켓. (사진= 연합뉴스 제공)
▲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민간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싣고 날아오르는 벌컨 센타우어 로켓. (사진= 연합뉴스 제공)

높이 1.9m의 페레그린 탐사선에는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이 개발한 신발 상자 크기의 소형 탐사 로봇, 실물 비트코인, 에베레스트산 바위 조각 등 다양한 화물이 실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우주에 대한 인류의 관심을 상징하는 인물들의 유해 일부다.

AP 통신과 AFP 통신은 우주 드라마 '스타트렉' 시리즈의 원작자 진 로덴베리, 과학소설(SF)의 거장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C. 클라크 등 인사의 유해와 유전자가 페레그린에 실려 달에 내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페레그린 착륙선과 분리돼 태양 공전 궤도를 떠돌게 될 벌컨 로켓의 상단부에도 별세한 스타트렉 출연진들의 유해와 함께 조지 워싱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의 머리카락 샘플이 실렸다.

달을 신성시하는 미국 나바호 원주민은 인간의 유해를 달에 가져가는 계획에 항의했지만, 백악관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등 관련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페레그린 착륙선에 실린 화물들과 관련해 애스트로보틱이 받은 요금은 1㎏당 수백달러에서 120만 달러(약 15억8천만원)까지 다양하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손턴 CEO는 순익분기점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요금이라면서도 첫 번째 비행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면서 "많은 사람의 꿈과 희망이 이것에 실려 있다"고 강조했다.

▲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민간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싣고 발사 대기 중인 벌컨 센타우어 로켓. (사진= 연합뉴스 제공)
▲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민간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싣고 발사 대기 중인 벌컨 센타우어 로켓. (사진= 연합뉴스 제공)

탐사선의 달 착륙은 고난도 작업이다.

달에 대기가 존재하지 않아 낙하산을 쓸 수 없는 까닭에 연착륙은 역추진에 의존한다.

여태 성공한 국가가 미국과 소련, 중국, 인도 등 4개에 불과할 정도다. AFP통시는 역대 시도의 거의 절반가량이 추락으로 끝났다고 짚었다.

최근 민간의 달 착륙선 계획은 달 탐사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나사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일환으로 애스트로보틱이 페레그린 착륙선으로 달에 나사 장비 등을 내려놓는 대가로 1억800만 달러(약 1천400억원)를 지불했다.

나사는 다음달 달 착륙선을 발사할 예정인 미국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와도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쏘아올릴 '노바-C' 달 착륙선은 페레그린과 달리 달로 직행하는 1주일짜리 경로를 택할 예정이어서 두 착륙선은 며칠 혹은 몇시간 간격을 두고 차례로 연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사의 조엘 컨스 탐사 담당 부행정관보는 "(민간 참여를 통해) 비용 대비 효율을 더 높이고 더욱 빠르게 아르테미스를 준비하기 위해 달 표면으로 여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는 ULA의 벌컨 로켓의 첫 데뷔이기도 했다.

아틀라스V 로켓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전장 61m의 이 로켓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제공한 메인 엔진이 탑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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