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온전한 모습 찾아…복원 상징성·의미 함께 생각했으면"

▲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광화문 현판이 공개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제공)
▲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광화문 현판이 공개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제공)

(서울=연합뉴스) [남난우 기동취재부 기자] "찬란한 빛을 밝힐 광화문을 향해 주십시오. 영원의 빛으로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셋! 둘! 하나! 점등!"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휴일 저녁, 서울 광화문 앞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꺼내 불빛을 켜자 광화문 주변이 환히 밝아졌다.

불빛이 모인 곳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졌던 50m 길이 있었다.

조선 왕조가 으뜸으로 여긴 궁궐의 정문, 광화문에는 검정 바탕에 금빛으로 된 한자 '光化門'(광화문·한자 표기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함)이 밝게 빛났다.

▲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광화문 현판이 공개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제공)
▲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광화문 현판이 공개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제공)

광화문 앞 월대(越臺, 月臺·중요한 건물 앞에 넓게 설치한 대)와 새 현판이 기나긴 복원 작업을 마치고 15일 공개됐다.

지난 2006년 시작된 '광화문 제 모습 찾기'의 마지막 여정이자 완성이다.

약 100년 만에 제 모습을 찾은 월대는 광화문과 광장 사이에서 길게 뻗어 있었다.

과거 왕이 거닐었을 길(어도·御道)의 앞부분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동물 조각상 1쌍이 상서로운 기운을 뽐냈다.

경기 구리 동구릉에 있었던 난간석(건축물을 울타리처럼 두르고 있는 석조물)도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월대 위 제 자리를 찾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월대를 지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제공)
▲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월대를 지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제공)

오후 6시 45분께 '문을 여시오'라는 소리가 들리자 광장의 박수 소리는 커졌다.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이영희 국가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 임동조 경기도 무형문화재 석장 보유자, 어린이 대표 등 새길맞이단 13명은 월대를 향해 행진했다.

이들은 열을 맞춰 선 수문장(守門將) 사이를 지나 경복궁의 중심 건물인 근정전까지 나아갔다.

근정전 앞마당에는 과거 국가 의식을 거행하던 모습을 재현한 듯 문무백관(文武百官·모든 문관과 무관)들이 모여 새길맞이단과 시민들을 맞았다.

최응천 청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랜 시간 우리가 봐 왔던 광화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이 모습이 광화문의 온전한 모습"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최 청장은 광화문을 '경복궁의 첫 얼굴'이라고 지칭하며 "광화문 복원이 갖는 상징성과 의미, 그리고 그간의 노력이 국민들께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월대는 '왕의 길'이기도 하지만 백성과의 소통 공간"이라며 "대한민국이 소통으로 확 뚫리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새로 단장한 광화문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 월대 모습이 공개되자 기다리던 행렬 곳곳에서 '우와!' 하는 소리가 나왔다. 까치발을 든 채 휴대전화로 '인증샷'(인증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광화문 현판이 공개된 후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지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제공)
▲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광화문 현판이 공개된 후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지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제공)

오후 5시께 광화문 주변 교통이 통제된 이후 시민들은 통제선 뒤로 줄을 서며 월대와 현판이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쌀쌀한 날씨에 손난로, 목도리를 챙긴 경우도 있었다.

문화재청은 이날 약 1만명이 월대와 현판 공개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5살 아들과 함께 월대를 바라본 임세확 씨는 "새로 열린 공간에서 수문장 교대 의식을 하면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며 "앞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광장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 1시간 전부터 대기한 장미향 씨는 "운전할 때는 (사직로) 도로를 바꿔가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싶었는데 완성된 모습을 보니 정말 놀랍다. 자긍심이 느껴진다"며 환히 웃었다.

▲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응천 문화재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제공)
▲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응천 문화재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제공)

월대 복원을 진두지휘한 임동조 석장은 "새로운 광화문은 앞으로 만남의 광장이 될 것"이라며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복원해 후대에 남기는 의미를 함께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한편, 한글 관련 단체들은 2010년 이후 약 13년 만에 새로 걸리는 광화문 현판이 한자로 만들어진 데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새 현판은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이자 영건도감 제조(營建都監 提調·조선시대 궁 등의 건축 공사를 관장하던 임시 관서의 직책)를 겸한 임태영이 쓴 한자로 돼 있다. 기존 현판과 글씨는 같고, 색상이 다르다.

한국바른말연구원 등 10여 개 단체는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역사이자 서울의 상징"이라며 "한자 현판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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