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끝장보복' 지상군 투입 앞두고 딜레마
실종자 100여명…가족들, 학대 SNS 영상 접하고 고통 호소

(로마·서울=연합뉴스)  [남난우 기동취재부 기자]  이스라엘과 전쟁에 들어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00명이 넘는 민간인 인질의 살해를 협박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의 공습이나 지상군 투입을 억제하기 위한 모종의 '인간방패' 전술로 보복을 공언한 이스라엘과 이를 최소화하려는 팔레스타인의 극단 대결이 민간인 살상을 수반하는 참극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주택을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1명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우바이다 대변인은 "사전 경고 없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민간인 인질 중 한 명을 처형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스라엘 인질들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자신들은 이스라엘이 예고 없이 집 안에 있는 민간인을 폭격하고 살해하는 것을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해 수백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일부는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하마스는 이렇게 데려간 인질이 1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 중에는 외국인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무장세력 수십 명은 유대 명절 초막절(수코트)를 축하하는 야간 음악제 '초신성' 축제에도 난입해 젊은이들을 향해 무차별로 총을 퍼붓고 일부는 인질로 납치했다.

▲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이스라엘 연대 집회에서 시위자들이 '인질을 석방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제공)
▲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이스라엘 연대 집회에서 시위자들이 '인질을 석방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영국 BBC 방송은 구조 업체 자카를 인용해 축제장에서 시신 260구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인질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 집계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이스라엘 군은 100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고 실종자 가족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수가 납치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인구 940만 명의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로 훨씬 적은 수의 인질 사태에도 큰 국가적 트라우마를 겪어왔기에 이와 같은 대규모 피랍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에 사흘간 보복 공세를 퍼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어떤 식으로, 얼마나 더 공세를 더 강화할 수 있을지 극심한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는 상황에 네타냐후 정부가 훨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지상군 투입 등 다음 군사 조치를 놓고 고심에 빠지게 됐다는 얘기다.

대대적인 군사 조치 대신에 이스라엘 인질들과 이스라엘이 붙잡고 있는 팔레스타인인 수백 또는 수천 명을 교환한다면 하마스의 선전전에 승리를 안겨주는 꼴이기에 이스라엘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이다.

퇴역 장군 출신으로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인 아리엘 하이만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는 여성,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들인 인질들을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하마스와 싸워야 할 때이고 모든 이스라엘인이 이를 지지할 것"이라며 "어떻게 결정하든 모두 패배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의 살해 위협 전부터 이스라엘은 인질들의 안전과 보복 공격 사이에서 딜레마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 영국에서 이스라엘 희생자들과 인질들을 위해 기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제공)
▲ 영국에서 이스라엘 희생자들과 인질들을 위해 기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지난 7일 오후 각료 회의에서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인정사정없이 쳐야 하고 인질들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실제로 9일 강도 높은 폭격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가자지구 봉쇄를 지시했으며 군은 민간인 대피를 위해 공습 전에 경고하던 관행을 지키지 않았다.

다만, 이집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중재로 여성과 아동 인질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을 고민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2011년 팔레스타인 죄수 수백명을 풀어주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5년간 억류한 이스라엘 병사 1명을 돌려보냈다. 2006년에는 팔레스타인 죄수 1천150명과 피랍 이스라엘 병사 3명의 교환 석방이 이뤄졌다.

반면 하마스에는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의 석방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협상에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설사 일부 수감자-인질 교환 협상이 부분적으로 타결되더라도 하마스나 다른 무장단체들이 앞서 잡고 있다고 주장한 이스라엘 병사들을 넘겨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인질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자지구 시가지에서 끌려다니거나 학대당하는 모습이 떠돌고 있어 실종자 가족들은 불안감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이 일부 가족에게 납치 사실을 알리기 시작한 가운데 일부 가족들은 정부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음악 축제에 참석했다가 실종된 아디 메이젤(21)의 어머니 아후바 메이젤(54)은 "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다쳤는지 모른다"며 "나처럼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는 가족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또한 가자지구 인근 니르오즈 출신인 시리 비바스(33)는 4살, 9개월 된 두 아들과 함께 납치됐다고 언니인 다나 시턴(35)이 말했다.

시턴은 동생이 두 아들을 감싸안은 채로 하마스 무장세력에 둘러싸인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서 보고 동생의 피랍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나할오즈에서는 놈 엘리아킴의 자택에 들이닥친 무장세력이 엘리아킴의 다리에 총을 쏘고 그 아내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페이스북에 이 가족을 납치하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엘리아킴 부부의 15, 8세 된 두 딸이 가자지구로 보이는 곳에서 찍힌 듯한 영상도 있었다고 이들의 친척들은 전했다.

엘리아킴의 전처인 마얀 진(50)은 정부가 피랍민들을 되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서 "국가가 납치된 모두를 찾는 데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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