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웅 기동취재부 기자] 미국 위스콘신주(州)에서 비무장 상태로 세 자녀가 보는 앞에서 경찰이 수차례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 사건 이후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 지난 23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가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미국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총격 사건은 지난 23일 오후 5시경 블레이크는 마당에서 아이의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으며, 인근에서 여성 두 명이 차량이 긁힌 것을 이유로 말다툼을 벌이자 이를 말리려 했다. 이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블레이크를 향해 테이저건을 쐈고, 블레이크가 차량 쪽으로 이동하자 뒤따르면서 최소 7발의 총격을 가했다. 블레이크의 세 아들은 차량 안에서 아버지가 총격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차에 있던 블레이크의 아이들은 각각 3살, 5살, 8살의 어린 나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레이크의 변호인인 벤 크럼프는 성명을 내고 “블레이크는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우려 했는데 경찰은 그에게 테이저건을 쐈다”며 “블레이크가 참변 직전 두 여성간에 벌어진 싸움을 말린 이후 차에 탄 세 아들이 괜찮은지 보려고 차량으로 걸어가자 경찰은 그의 등 바로 뒤에서 수 차례 총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크럼프는 “블레이크의 세 아들은 단 몇 피트의 거리에서 경찰이 아버지를 쏘는 장면을 봤다”며 “경찰의 무책임하고, 무모하고, 잔혹한 행동이 옳은 일을 하려던 한 남자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다”고 비판했다.

사건을 목격한 주민은 “블레이크가 차량이 긁힌 문제를 두고 싸우던 여성 2명을 말리려 했다”며 “경찰이 블레이크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영상을 촬영했던 또다른 목격자는 “경찰관들이 블레이크에게 ‘칼 내려놔’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블레이크 손에서는 칼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들은 “블레이크는 예의 바르고 좋은 이웃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중태에 빠져 병원 중환자실에 이송된 블레이크는 현재 허리 아래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라고 가족이 전했다. 영구적인 마비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 언론은 “블레이크의 조부는 시카고 일대에서 유명한 목사이자 인권운동가였다”고 전했으며, 블레이크의 삼촌은 CNN에 출연해 “우리는 정의를 원하고 결국 얻을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평화로운 시위를 요청했다.

한편, 블레이크가 총격을 당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확산되면서 미 전역에선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다시 격화되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에 이어, 비무장 흑인이 경찰 총에 맞는 비극적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자 거센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24일 밤 8시를 기해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성난 시위대는 경찰서로 달려갔다.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차를 부수고 케노샤 주 정부 빌딩 창문을 깼다. 법원 근처에서는 화재가 일어나 인근 중고차매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 수십 대가 전소됐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오늘 이 나라는 또 다른 흑인이 과도한 공권력의 희생자가 됐다는 분노와 슬픔 속에 아침을 맞았다”며 “즉각적이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총을 쏜 경찰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구조적 인종주의를 없애야 한다. 이는 우리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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