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되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여러 유형의 신고를 접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강력범죄, 예를 들면 살인, 강도, 강간 등의 유형은 사실상 112신고로 접하기가 매우 드문 편이다. 더욱이 TV에서 중하게 다뤄지는 끔찍한 살인이나 거대 액수의 사기 등은 112신고가 아닌 여러 첩보로 이뤄진 내사에서 출발하여 검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인천서부경찰서 서곶지구대 순경 박승원


하지만 해마다 112신고 건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각종 미디어에서도 갈수록 잔인해지는 범죄의 심각성 및 곳곳에 만연한 유무형의 위험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이런 바탕에서 현 정부는 경찰력 증원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실제로 이행되고 있지만 일선 경찰들은 계속되는 인력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그럴까.
먼저 생활민원성 112신고가 너무 많다. 112신고가 접수되면 위급의 경중을 따져 몇 개의 분류로 구분하여 지구대로 하달되는데, 이른바 서비스 요청 건이 상당히 많다. 택시를 타고 집까지 왔는데 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택시기사가 사기꾼이니 잡아가라는 112신고를 한다. 물론 이러한 경우는 집까지 오는 차안에서 자다 일어난 주취 승객이 대부분이다. 윗집에서 물이 샌다며 큰일 났다고 신고를 하기도 하고, 도로에 하수구가 막혀 물이 역류한다는 것 역시 112신고로 접수된다.

경찰관은 시민들의 부름에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범죄신고 112’ 라는 문구도 있듯이 112신고를 접한 경찰관은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며 교통신호도 무시한 채 허겁지겁 달려가지만, 현장에는 단순 생활민원이 기다리고 있다면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신속히 해당 기관을 찾아 연락하고 조율해서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것 역시 경찰관이다.
그 다음이 주취자들의 상습성 무의미한 신고이다. 길을 잃어 집을 못가겠다는 신고로 현장에 도착하면, 순찰차가 택시인양 자연스레 집까지 데려다 달라며 뒷자리에 타서 잠을 잔다. 식당 사장이 자신을 막무가내로 때리며 쫓아냈다는 신고로 현장에 가보면, 무전취식에 영업 방해를 한 주취자를 가게 사장이 그냥 가시라고 내보낸 것이 전부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동네주폭’ 이란 말도 생긴 만큼 후자의 경우는 업주의 괜찮다는 말과는 무관하게 경찰 내부에서는 하나하나 엄히 검거하여 원칙에 입각한 처벌에 이르게끔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닌 단순히 경찰관 자체를 괴롭히는 주취자들에 대해선 아직까지 경찰관 스스로가 조금 힘들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 언급된 112신고만 있다면야 좋겠지만, 이러한 신고사건 처리 중에도 강력범죄 사건이나 인명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 등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 경찰업무이기에 경찰관은 무슨 신고든 항시 바쁘게 처리하게 된다. 단순 민원업무처리가 많아서 출동이 늦어졌다는 이유로 강력범죄 범법자를 못 잡았다면 현장 경찰관은 무슨 낯으로 관내 시민들을 대할 수 있을까.
경찰력의 증원과 해당 분야의 전문화가 매해마다 이뤄지고 있지만, 과연 이러한 노력만으로 시민들이 요구하는 치안에 이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범죄예방과 검거는 경찰이 하지만 그 대상인 시민들의 도움과 노력 없이는 그 성장이 너무도 더딜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필요시 신속하게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당연히 누려야 할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시민과 경찰의 역할로 나누는 것이 아닌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인천서부경찰서 서곶지구대 순경 박승원

 

유태균 기동취재부 기자  jnpnes@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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