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웅 기동취재부 기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30·대한항공)이 주 종목인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라 한국 선수단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승훈은 이날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매스 스타트 결승에서 7분43초97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매스스타트가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이래 이승훈이 초대 챔피언이 된 것이다.‘빙속황제’ 이승훈이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 데에는 대표팀의 막내 정재원(17·동북고)의 조력이 크게 작용했다.2018 평창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는 선수들의 기량 못지않게 전략과 눈치싸움이 중요하다.
이승훈은 초반 정재원과 함께 후미에 처져 있다가 중반 이후 정재원이 선두에서 레이스를 이끌며 다른 선수들을 지치게 했다. 이승훈은 1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올라가 끝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올림픽 첫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들이 앞으로 치고 올라가는 동안 체력이 고갈된 정재원은 뒤로 처지기 시작했고 결국 8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을 거머쥔 이승훈은 가장 먼저 동생 정재원을 찾아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두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승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가장 먼저 정재원을 언급하고 “스퍼트를 내는데 정재원의 도움이 컸다. 너무 고맙고 훌륭한 선수다. 앞으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이끌어갈 선수다”라고 말했다.이승훈은 올림픽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이 된 것에 대해 “너무 큰 영광이고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첫 정식 종목에서 우승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며 “저보다 재원이가 더 멋진 선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장소에서 앞서 열린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선 김보름(25·강원도청)이 8분32초99(포인트 40점)의 기록으로 역주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팀 추월에서 ‘왕따 주행’논란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여자 빙속 장거리의 간판 김보름은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으나 기쁨보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인해 경기를 마친 후 태극기를 휘날리다가 링크에 엎드려 응원해 준 관객들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함께 담은 큰절을 했다.
김보름은 은메달 소감에서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생각나는게 없다”고 심정을 밝히며 “관중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로써 24일까지 한국은 금메달 5개, 은메달 6개, 동메달 4개로 국가별 메달순위가 전날 10위에서 스위스와 더불어 공동 7위로 도약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