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구루 간호재 이사
720만 명으로 추산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퇴직이 시작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인생2막은 가시밭길이다. 많은 퇴직자들이 자영업 창업을 시도하지만 주위에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재취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나이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장년층을 위한 채용박람회가 여기저기서 열리지만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 또한 듣기 어렵다.

정부도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베이비부머의 대량퇴직을 그대로 두었다간 3~5년 안에 커다란 사회문제로 불거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초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베이비붐 세대의 일자리 확대와 사회참여 촉진방안’을 발표하였다. 핵심은 ‘일자리 창출 대책’이었다. 하지만 대책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 보기 어렵다.

베이비부머의 재취업 문제, 과연 해결 불가능한 문제일까? 구직자와 기업의 요구를 먼저 파악하고 타협점을 찾으려고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발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우선 베이비부머의 재취업 욕구부터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베이비부머들은 오랜 경력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르치고 싶어한다. 아울러 풀타임 정규직을 선호하지만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반대로 이들을 채용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의 입장을 살펴보자. 기업의 입장에서 베이비부머들에게 바라는 것은 경력자들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걱정한다. 또한 적절한 임금 수준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무조건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할 수도 없다. 마찬가지로 기업들에게 일방적으로 베이비부머를 채용하라고 할 수도 없다. 채용에 따른 고용지원금 제도와 같은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있으면 바람직하겠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결국 구직자인 베이비부머와 기업 사이에서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취업’과 ‘고용’에 대한 발상을 전환하는 일이다. 베이비부머가 취업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적절한 수입을 창출이다. 취업은 매일 아침 출근할 회사, 즉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베이비부머의 취업은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수입을 위한 ‘일거리’를 찾는 것이다.

‘일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구직자가 아니라 스스로를 ‘컨설턴트’로 생각해야 한다. 구직자는 고용주를 찾지만 컨설턴트는 고객을 찾는다. 구직자는 일자리를 찾지만 컨설턴트는 고객의 문제를 연구한다. 구직자는 노동력을 팔지만 컨설턴트는 자신만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 솔루션을 판다.

또한 컨설턴트는 풀타임 정규직 일자리만을 찾지 않는다. 전문 강의나 강연, 파트타임, 컨설팅 프로젝트, 비즈니스 멘토링, 출판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일거리’를 확보한다. 수익을 발생시키는 채널을 다양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컨설턴트는 이런 방식으로 일거리와 수익을 확보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컨설턴트처럼 접근하는 베이비부머를 꺼릴 이유가 없다. 채용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기존 직원들과의 융화나 의사소통 문제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베이비부머들이 가지고 있는 고도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는 있다.

이러한 재취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은 베이비부머나 기업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베이비부머는 일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은 채용에 대한 부담 없이 베이비부머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는 스스로를 컨설턴트처럼 생각하는 일이다. 고용주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한 전문서비스를 제공할 고객 기업을 찾는 일이다. 둘째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문 서비스로 전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베이비부머의 재취업 문제는 기업의 배려와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있으면 보다 수월하게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베이비부머 당사자들의 마인드 전환이다. 재취업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 바로 베이비부머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여야만 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작성자:경력철학자 간호재(마이구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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