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 기자 ] 정부는 27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이라고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이날 임시국무회의가 끝난 후 서울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안 조사 청문회를 신설하는 것은 헌법에 근거 없이 국회법에서 행정부 등에 대한 새로운 통제 수단을 신설한 것으로 이는 권력분립 및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시 청문회법’이란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현안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의결하면 언제든지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조항 등을 추가한 국회법 개정안이다.

국회는 이를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지난 23일 정부에 이송했다.

제 법제처장은 “(상시 청문회가 되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주요 국정통제 수단인 국정조사를 사실상 우회하거나 대체함으로써 헌법상 국정조사 제도를 형해화 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61조 제1항은 국회가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에 근거한 국정조사법에서는 국정조사의 절차, 조사의 한계 및 주의의무를 두고 있으며 불출석 및 위증 시 처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국정조사는 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가능하고 국정조사계획서를 작성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나 국회법 개정안은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의 의결로 소관 현안 조사 청문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본회의에 별도의 계획서 제출 없이 의장보고를 통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국정조사법 8조에서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의 감사나 조사를 금지하고 있어 재판 중이거나 수사 중인 사건의 경우 국정조사 청문회의 개최도 금지되나 국회법 개정안에 따른 소관 현안 조사 청문회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는 게 법제처의 설명이다.

아울러 제 법제처장은 ‘소관 현안’이 포괄적이라 국정 및 기업 등에 과중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소관 현안에 대해 위원회 등의 의결로 상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고 청문회 자료 및 증언 요구로 관계 공무원 또는 기업인들까지 소환될 수 있어 행정부 등의 심각한 업무 차질은 물론 기업에 대한 과중한 비용부담과 비능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중심으로 청문회를 운영함으로써 청문회가 남용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남용의 우려가 있는 제도를 제한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그 남용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러한 정책 중심의 청문회는 처벌규정까지 있는 청문회 제도를 활용하기보다는 현행 공청회를 통해서도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 법제처장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선진국에서 보기 힘든 이중, 삼중의 통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문회를 상시 운영하는 미국의 경우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제도가 없고 독일과 일본은 국정조사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두면서도 공청회 제도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헌법에 근거한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는 물론 국회법에 따라 중요 안건의 심사를 위한 청문회까지 도입·운영 중인 상황에서 소관 현안 조사 청문회까지 추가한다면 이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보기 드문 이중, 삼중의 행정부와 사법부 등에 대한 통제수단”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IPN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