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시 의원들은 올해 반년도 못돼 5차례 유럽연수 등을 다녀왔고, 이와 달리 6월 중순에 또 다시 계획했던 필란드 등 북유럽연수는 최근 메르스 사태로 잠시 일정이 중단된 상태이다.

▲ 정주신 소장(한국정치사회연구소, 정치학 박사)
이런 해외연수를 횟수나 예고 없이 떠날 수 있는 무분별한 관행과 허점을 악용하는 일이 계속 되풀이 되고 있다. 이런 무분별한 연수가 시민들한테 응원으로 돌아오기는커녕 더 많은 세금을 부과당하거나 불신 조장으로 이어질까 염려된다. 그런데 이런 해외연수가 시 의원 뿐만 아니라 구 의원까지 전국적으로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전시 7대 의회의 공무국외활동결과보고서 내용을 보면, 전체 일정과 간단한 결과보고서 및 일부 관련 사진 첨부가 전부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국내 및 방문국 관광회사나 연락처가 어디인지, 이들의 주선한 담당자는 누구인지, 이들과 연락해 볼 전화번호도 전혀 밝히지 않았으며, 예산사용과 비용거래도 세세하게 밝히지도 않고 총액만 밝히는 수준이었다. 이것이 과연 시민의 돈을 쓰는 의원들의 행태인가 아니면 오만의 극치인가. 누군들 자기 돈 안들이고 이처럼 풍족한 여행을 즐기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이들의 해외연수가 시민들이 믿을 수 없게끔 연수 내용이나 행동사항 등이 불투명한 것 자체가 시민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오게 한다.

이들의 해외 연수지는 주로 가깝게는 베트남, 멀게는 남미, 서유럽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다양하다. 이들 의원들의 1인당 1회 유럽연수(7박8일) 경비는 최소 363만원에서 최고 855만원까지 고액이었으며, 그것도 전부 시민들이 낸 세금을 쓰는 수준이었다. 이들의 단순 시찰과 견학은 형식적으로 일정상 정해진 것이겠지만, 대부분의 연수가 프로그램 이외에 다른 장소에 들리는 경우가 많지 아니하겠는가. 따라서 어느 곳에 가고 싶다면 계획과 일정에 따라 엄청난 시민의 세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 형식이다. 그러나 이들은 선진지 견학을 내세우나, 결국 국외연수는 관광회사를 통한 스케줄 집어넣기 형식이어서 의정활동이기보다는 관광성 의혹이 짙다는데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의 해외활동 세부계획서를 보면 의정활동과 무관한 형식적 연수로 프로그램이 짜져 있어 관광성이 짙어 보인다. 의정활동과 관련된 주된 내용도 없고 관광사가 잡아준 스케줄 따라 진행되는 관광에 불과하다. 예컨대 베트남 자매도시 방문, 기업인 간담회, 이탈리아와 스위스 등 서유럽의 경우 이탈리아 국회방문, 유제품 협동조합 방문, 노면 전차 운영상황 파악, 남미의 경우 아르헨티나 무역관 방문, 교민기업체 방문, 이과주폭포 국립공원 방문, 산악열차 관광, 프랑스나 독일 등 또 다른 서유럽의 경우 문화, 스포츠, 미술관, 박물관 탐방,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체코 등 또 다른 서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올 상반기 의원들의 서유럽 등 해외 활동의 특징은 대전 시장과 같은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며, 게다가 서유럽 활동의 경우 이들은 대전시장이 도시철도 관련 트램 운영 시찰차 먼저 갔다 온 곳을 답습하는 형태였다. 과연 이런 연수가 이들의 의정활동과 연계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의원들의 해외 견학은 물 만난 고기처럼 시민의 세금을 아까워하지 않고 올 것이 왔다는 식으로 흥청망청 물 쓰듯 해외연수를 떠나야 하는가. 이들이 요즘 어려운 환경속에서 시민들의 불안과 배고픔을 같이 나눌 수 있다는 일말의 생각만이라도 갖고 있었다면 비효율적인 연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의원입네 식의 사고방식으로 시민들을 비웃기나 하듯이 연수를 갔다 왔다면 시민들의 비판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대전시 의회는 시민과 동행하는 열린 의정을 내세우고 있다. 시 의회의 존재는 시민의 세금을 적재적소에 잘 써지도록 예산을 승인하고 집행부를 감독하는 기관이다. 현재 대전시 의회 의원 정당별 구성을 보면 새정치연합 16명, 새누리당 6명이다. 전체 의원 수의 3분의 2에 가까운 새정치연합 의원 중에서 해외연수를 떠난 이유가 아리송할 수밖에 없다. 권선택 시장이 새정치연합 소속이니까 이들과 집행부의 보이지 않은 끈이 있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의석수가 많아서 인지 분간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시 의원들의 역할이 집행부에 예속된 경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시 의회의 역할은 축소된 만큼, 시민의 대표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시장과 같은 소속의원이 많다는 것은 시장의 의도에 따라 이들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비근한 예는 시 의회 인사청문회가 대전시장이 추천한 지방공기업 후보자들을 부적격하면서 통과시켜주는 ‘거수기’를 자처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가령 권 시장이 공약한 지방공기업 인사청문회 대상은 대전도시공사와 도시철도공사, 마케팅공사, 시설관리공단 등 4곳이다. 이중 박남일 도시공사 사장, 이명완 마케팅공사 사장, 김근종 대전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권 시장 황당인사의 결정판임에도 불구하고, 시 의회는 지역 연고나 전문성이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시장 눈치를 보느라 인사청문회에서 '적격' 판정을 내렸다. 공기업 사장들처럼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해 공개된 인물도 있지만, 권 시장이 내세운 이들은 해당분야 전문성마저 없어 시 의회의 ‘거수기’ 노릇이 아니었다면 임명장도 못 받았을 것이다. 이 이외에도 권 시장의 인사에 대해서 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 의회는 이를 함구하는 이유도 아리송할 뿐이다.

결국 시 의원들이 무분별, 무책임하게 너도나도 해외 의정연수를 떠난다고 하나 이를 믿을 만한 시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시민들에게 빈축을 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시 의원으로서의 시민 대표성 역할은 미진하면서 내실보다는 바깥구경에 열을 올리는데 있다. 둘째, 해외 순방을 작심하고 계획적으로 진행시킨다는 점이다. 셋째, 결과보고서도 형식적이고 시민들이 들여다봐도 일회성 행사에 불과한 것을 수백만 원 내지는 수천만 원씩 들여서 갔다 와야 하는 유람 여행이 관행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넷째, 등원할 때는 거창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를 눈가림하듯이 실천하는 사람이 몇 명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시의원들은 나름대로 시 발전과 주민 삶의 질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알 수는 없다. 대체적으로 보면 시 행사에 적극 참여해서 얼굴 알리거나 요식행위 해외연수에 목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 의원은 시민을 대표해서 시 집행부의 안이하고 부적절한 관행이나 예산을 허튼 곳에 쓰는 일이 없도록 감독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런 소중한 역할을 나몰라라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익을 채우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 의원들은 시민들이 시 의회의 전문성 제고와 의회로서의 가치와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정주신 소장 (한국정치사회연구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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