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 대검 차장 직무대리 체제

[남난우 기동취재부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에서 배제했다.

법무부 장관이 현직 총장의 직무를 배제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추 장관은 24일 오후 6시 5분경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을 찾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추 장관은 “검찰사무에 관한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이 밝힌 윤 총장의 비위 혐의는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와 감찰 관련 언론과의 정보거래,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 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 손상 등 5가지다.

추 장관의 기자회견내용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 2018년 11월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 서울 종로구 소재의 주점에서 사건 관계자인 JTBC의 실질 사주인 홍석현 회장을 만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적절한 교류로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했다.
또 올해 2월 대검 수사정보 정책관실이 울산 사건 및 조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해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 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자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총리 사건의 감찰을 방해하고,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이어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점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은 지속적으로 보수 진영의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대권을 향한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고 의심받아 왔고, 급기야 지난달 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해 대다수 국민은 총장을 유력 정치인이자 대권 후보로 여기게 됐다. 정치적 중립에 대한 총장의 위엄과 신뢰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검사징계법은 정치운동 등을 금지하는 검찰청법 43조를 위반했을 때,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했을 때, 검사 체면이나 위신 손상 행위를 했을 때 검사를 징계하도록 한다.


추 장관의 이번 징계청구와 직무집행정지 명령은 이 법에 근거를 뒀다. 동법 7조는 검찰총장인 검사에 대한 징계는 법무장관이 청구하도록 하고, 8조는 법무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엔 징계혐의자에게 직무집행 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검찰청법 13조는 총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땐 대검 차장검사가 직무를 대리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조남관 차장검사가 25일부터 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윤 총장은 출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직무집행정지 명령은 법무장관이 내리는 순간 효력이 발생한다며 “형성적 처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추미애 법무장관이 자신을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직무배제를 결정한 직후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면서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소송전을 벌일 경우 추 장관이 내린 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집행정지가처분신청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징계청구 발표 직후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IPN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