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수단 총동원 경제지원 특단 대책…착한 임대인·선결제 등 위기대응에 전국민 함께

[남기웅 기동취재부 기자] 우리나라에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28일로 꼭 100일이 됐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세상이 변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민의 일상이 바뀌었다. 들려오는 소식들에는 ‘사상 초유의’, ‘사상 유례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이 다반사였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생활화가 됐다. 전쟁통에도 천막학교를 세울 정도로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열정이 넘치는 우리니라의 학교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가운데)을 비롯한 직원들이 지난 2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환자 진료 및 치료에 힘쓰는 의료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사상 초유의 위기…의료진·방역당국 헌신으로 극복 중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신종감염병의 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이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헌신 덕분이라는 점을 부정할 이는 아무도 없다. 지난 100일 동안 전국 639곳의 선별진료소는 60만건 이상의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총 74개의 감염병 전담병원과 18곳의 생활치료센터에서는 1만여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했다. 이들 현장에 투입된 인력만 최소 수천명이다.

특히, 대구 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의 집단감염으로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전국 곳곳에서 의료진들이 생업을 멈추고 집결했다. 임관식도 앞당기고 파견된 신임 간호장교, 공중보건의, 새내기 간호사, 전국에서 모인 의료봉사단, 구급대원, 자원봉사자들. 얼굴없는 영웅은 바로 그들이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감염병 관리를 총괄하는 질병관리본부는 1000여명의 전직원이 비상방역체제에 돌입,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100일 동안 늘 같은 시간, 브리핑에서 만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나날이 수척해지는 모습과 늘어가는 흰머리는 계속 대중에 회자가 되곤 했다.

지난 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침착하고 유능한 관료들이 있어 천만다행’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일관된 솔직함과 정보에 근거한 분석, 냉정함을 잃지 않는 침착함은 초조한 한국 국민에게 강력한 진정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마련된 승차 검진(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진단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경제 전 분야 직격탄…가용수단 총동원한 특단 대책 추진

경제는 전 분야가 비상이다.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초래된 비상경제시국을 극복하기 위해 범부처의 역량을 결집, 위기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가용수단을 총동원한 전례없는 특단의 대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초부터 3차례에 걸쳐 마련한 32조원의 종합패키지에는 업종·분야별 긴급피해지원 대책, 민생경제 안정 정책패키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이 포함됐다.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100조원+α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한국판 뉴딜이라 불리는 85조 규모의 ‘일자리 위기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도 발표했다.

아울러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사회보험료와 전기요금의 부담도 완화하기로 했다. 3~6월 체크·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기존보다 2배 확대하고 같은 기간 승용차 구매시 개별소비세는 70% 내리는 등 위축된 소비를 다시 살리기 위한 대책들도 시행 중이다.

착한 임대인, 착한 선결제…착한 대한민국 국민들 위기 극복도 함께!

우리 국민들은 따뜻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지역민들은 중국 우한에서 귀국하는 국민들을 너른 마음으로 품었다. 물론, 임시생활시설 결정 직후에는 바이러스 유입 등을 우려한 갈등이 있기도 했다. 2차에 걸친 수송 끝에 고국으로 돌아온 국민 700명은 14일간 격리를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또 착한 임대인, 착한 선결제, 착한 마스크 만들기, 착한 소비운동 등 국민들은 착한 시리즈 등을 만들며 위기를 함께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점포 임대료를 낮춰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은 지난 2월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해 전국 주요 전통시장과 상점가로 확산했다. 정부도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는 경우에는 인하액의 50%를 세액공제해 주는 등 ‘착한 임대인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민관이 함께 나선 ‘착한 선결제 캠페인’은 평소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 우리동네 가게, 카페 등 소상공인·자영업 업소에 선결제하고 재방문을 약속하는 운동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지난 27일부터 시작했다.

정부는 민간에서 선결제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음식·숙박업, 관광업 등 코로나19 피해업종에 대한 신용·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을 6월 사용분까지 일률적으로 80%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상공인 점포 선결제에 동참한 기업에는 소득세와 법인세에 세액공제 1%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우리의 코로나19 대응과정에 세계가 극찬…‘K-방역’의 탄생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전세계인들에게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중국과 함께 위험국으로 분류됐던 상황에서 반전의 급물살을 타고 ‘모범 방역국’으로 우뚝섰다. 특히, 대다수의 국가들이 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 봉쇄와 이동 금지 등의 조치를 내렸던 것과는 달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고 방역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많은 국가들이 극찬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K-방역’이라는 한국형 방역모델의 탄생과 홍보, 수출로 이어졌다. 전 세계가 한국산 진단키트를 구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40여개 국가에서 우리의 코로나19 방역경험 공유를 요청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의 통화요청도 쇄도 중이다.

한국산 진단키트는 106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달 들어 수출액은 약 16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2월의 8억원과 비교하면 놀라운 증가세다. 품목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정부는 세계적 모범사례로 인정받고 있는 ‘K-방역’의 국제표준화를 추진한다. 감염병 대응 단계별로 구체화(총 18종)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제안할 방침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평생 한 번도 겪기 힘들다고 하는 사태가 일어난지 100일이 지났다. 100일을 한 줄로 평가하면 이보다 더 맞는 말이 있을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100일 소감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다. “국민들과 의료진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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