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진·예진 서경풍경궁 봉안반차도(御眞睿眞西京豊慶宮奉安班次圖)」
[이종섭 기동취재부 기자] 부산시립박물관은 2010년부터 매년 3회씩 개최하고 있는 ‘신수유물 소개전’의 올해 마지막 전시를 시립박물관 부산관 2층 미술실에서 오는 2020년 2월 16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신수유물 소개전’은 부산박물관이 기증받거나 구입한 유물과 보존처리가 끝난 유물 중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못한 유물을 새롭게 소개하는 전시로 이번 전시에는 2016년에 구입해 최근 보존처리와 장황을 마친 ‘어진·예진 서경 풍경궁 봉안반차도’을 선보인다.

이 그림의 본래 명칭은 ‘어진예진봉왕서경교시시자경기지풍경궁봉안반차도’이다. 고종의 어진과 당시 황태자였던 순종의 예진을 경기에서 서경에 있는 풍경궁에 봉안하러 가는 행렬을 그린 반차도라는 뜻이다.

어진과 예진은 1902년에 고종 즉위 40년을 맞아 제작한 것으로 면복본, 익선관본 2본, 군복대본, 군복소본 등 모두 5본이었으며 예진은 앞의 5본에 복건본이 추가되어 6본이었다. 이들은 모두 서울 경운궁 흠문각에 모셔졌으나, 익선관본 어진과 예진 각 1본은 풍경궁 태극전과 중화전에 옮겨 모셔졌다.

부산박물관 소장품은 두루마리 형태로 제작됐으며 규장각 소장 '어진도사도감의궤'에 실려 있는 반차도와 대략 동일하나 일부 장면이 생략되어 있다. 대한제국 수립 이후에 제작된 반차도로 근대복식의 변화와 당시 국가의례 형식과 궁중기록화의 제작양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풍경궁은 1897년 대한제국을 개창한 고종이 황제국의 면모를 갖추고자, 1902년에 평양부를 서경으로 승격시키고 창건한 궁궐이다. 1902년에서 1903년까지 정전인 태극전, 편전인 지덕전, 동궁전인 중화전과 정문인 황건문 등 주요 전각만 지어진 채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평양에 주둔한 일본군에 의해 풍경궁의 주변은 병참기지로 사용됐고 1907년 풍경궁은 일본에 의해 근대식 병원인 평양 동인의원으로 바뀌어 철도 부설 노동자를 치료하는 용도 등으로 사용됐다. 고종이 폐위된 다음 해인 1908년에 풍경궁의 관제가 폐지되고 봉안되어 있던 어진과 예진은 덕수궁 정관헌으로 이전됐다.

1910년에 평양 자혜의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1923년에는 풍경궁의 서쪽에 근대식 병원 건물을 새로 지었다. 1933년에 자혜의원이 평양의학전문학교로 바뀌었고 지금은 북한의 평양의학대학이 됐다. 풍경궁의 건축물은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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