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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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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11  17: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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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고향마을 경찰지구대에 근무할 당시 휴무일에 경로잔치에 초대받아서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은 준비해 둔 음식들을 먹고 술도 한잔씩 하면서 모두들 기분이 좋아져서 노래방기계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있었다. 시골에까지 노래방문화에 익숙해 있는지라 자연스럽게 노래를 불렀고 잔치는 무르익어갔다. 상큼한 봄 향기 머금은 아카시아꽃 주렁주렁 열리고 마을 어귀를 돌아 회관 앞뜰까지 펼쳐진 라일락 향기 그윽한 5월의 어느 날, 시골마을 양지바른 언덕아래 마을회관 마당은 한바탕 흥타령으로 시끌벅적하였다.
   
▲ 세종경찰서 금남파출소장 경감 정규각

이 마을에 반농아자 내 친구 하나가 산다. 배운 것도 제대로 없고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감기 보조를 하면서 이발 기술을 익혀 이제는 직접 운영을 하는데 몇 명 안 되는 동네 어른신들 머리를 깎아주며 겨우 연명해 가고 있다. 동병상련인지 같은 반농아 장애인하고 눈이 맞아 결혼을 했고 자식들도 낳았다.
장애인에다 키도 작고 별스럽지 않은데 이 친구가 참석하여 할머니들과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는데 기가 막히게 잘 춘다. 할머니들을 바꿔가며 지루박, 부르스, 탱고춤을 추는데 그 매끄러운 발동작하며 춤매너가 수준급이다. 특히 지루박 출 때에 상대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듯 하면서 풀어주고 한두바퀴 돌리면서 살~짝 멀어지게 했다가 탄력있게 품안으로 끌어들이는 동작 하나하나가 어찌 그리 사뿐한지 제비가 물을 차고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이렇듯 친구는 자신이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당당하고 최고의 가치를 지닌 사람처럼 행동했는데, 오늘 완숙의 경지에 와 있는 그만의 개성을 뽐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매사에 자신감 넘치게 행동하는 그가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아예 친구는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의식조차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았다. 그에 비해 비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나약하고 이기적이며 세상눈치나 보면서 전전긍긍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사람이 죽으면서 하는 후회 중에 남의 눈치를 보느라고 하고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삶을 살지 못한 것이라 한다. *** 주제에 꼴값한다고 주변에서 비웃을 수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맘껏 드러내며 뽐내고 사는 저 친구의 행복을 막을 자가 없고, 신의 사랑을 최고로 받고 있다는 사실과 넘치는 생명력을 찬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곱사등이 노인이 나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젊어서 막노동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 귀향하여 동네분들의 도움과 정부지원금으로 살고 있는데 자폐증에 걸려 두문불출하다가 오늘 경로잔치에 나와서 술 한잔 했는지 얼굴이 붉어져 춤을 춘다. 구부러진 허리에 불편한 다리와 팔을 비틀고 지그시 돌리며, 몸의 각 부위가 따로 놀면서 꽈배기처럼 꼬이는데, 마치 자벌레가 기어가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취흥에 젖은 연체동물이 바닥을 훑으며 갈지자(之)로 오락가락하는 것 같기도 한데, 어찌나 그 형상이 기묘하고 해학적인지 웃음을 참을 길이 없고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오고 요절복통하고 있었다. 공옥진여사의 병신춤을 보는 듯 하였다. 그는 젊었을 때 곱사등이춤을 잘 추어서 그의 인생이 실제로 곱추가 되었다며 타산지석으로 삼아 꿈을 갖더라도 건전한 꿈을 가져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경계의 말씀도 있었지마는 오늘 그의 춤은 무형문화재로 보존할 만한 예술적 가치와 희소성을 가지고 그의 독보적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기쁘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흉허물 없이 살아온 동네 어르신들의 경로잔치에 본래의 끼와 열정이 한 껏 고무된 분위기를 타고 마음껏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이렇듯 저들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떠오르는 TV장면이 생각난다. 언젠가 모 방송국 피디가 뇌성마비장애인들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한적이 있었는데 학교에 가고 싶다, 부모를 만나고 싶다,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둥 일반적인 답변이 있다가 그 중에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살아~있어~ 기쁘~고 감사~해요!”

끊어질 듯, 숨넘어갈 듯 어눌하게 이어지는 단어 하나 하나에 내 가슴에 뭉클하게 알 수 없는 육두문자처럼 각인되었다. 불편하고 서글퍼야 할 장애가 오히려 삶에 대한 기쁨과 경이로 변하고 있는걸 보면서, 우리의 온전한 몸이 반대로 소중한 것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이 말은 가슴에 남아 삶이 힘들어질 때마다 나를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저들은 지금 추락하고 실패한 인생의 낙오자가 아니라 꿈과 소망이 가득 찬 대지에서 한껏 생명의 나래를 펴고 있는 중이다. 두 사람의 정열적인 춤에 분위기는 절정이 되어갔고 사람 속에 있는 생명감들이 이렇게 드러나고 공유될 수 있다는 충만감을 느끼며 그들이 마음껏 춤을 출수 있도록 박수를 쳐대고 큰소리로 추임새를 넣으면서 화답해 주었다. 나도 경찰관이자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르신들과 동화되어 서툰 트위스트춤도 추면서 한껏 흥을 돋구었다.
그렇게 농익은 분위기속에 고향마을 경로향연은 아름다운 몽환이 되어 세상속으로, 꿈속으로 멀리 멀리 퍼져 나갔다.

우리가 그날 공유한 느낌들은 육체의 조건과 한계를 벗어난 본래적 생명에 대한 공명과 신성한 빛의 체험들이었다. 형상 이전에 모든 개체속에는 하나인 빛이 있으니 그 빛은 영원하고 모든 이 속에 차이가 없으며 완전하다는 것이다.
우리 속에 있는 그 빛을 보고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 빛을 수용하고 누리고 운용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볼 때, 그들이 장애인이던 비장애인이던 수형자이던 가난뱅이이던 거드름피우는 부자이던지 상관없이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세종경찰서 금남파출소장 경감 정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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