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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서 추천한 ‘한국영화백주년 TOP10’한국영화100주년 특별전…“100년 역사 속 한국영화 정전으로 손꼽혀야 할 영화”
남기웅 기동취재부 기자  |  nkw7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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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1  16: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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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웅 기동취재부 기자] 올해 한국영화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3일부터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FF)에서는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해당 선정작들의 감독들과 국내외 저명한 영화인들이 특별 게스트로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겨레신문과 CJ문화재단이 함께한 ‘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 선정에 참여한 선정 위원들 중 37인에게 의뢰해 집계를 거친 뒤 역대 한국영화 10선 목록을 새로 선정했다. 

‘한국영화 100년, 위대한 정전 10선’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한국영화100주년 특별전은 테마에 걸맞게 한국영화사 100년의 정전이라고 할 만한 작품들이 선정됐다.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100년의 역사 속에서 명실공히 한국영화 정전으로 손꼽혀야 할 영화들을 새로 정리하고 선정하여 알리는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중대한 역할 중 하나일 것”이라며 특별전의 취지를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작품 최종 10선은 다음과 같다.

<하녀>(1960)

김기영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의 독특한 세계는 이후 <화녀>(1971), <화녀 82>(1982), <충녀>(1972), <육식동물>(1984) 등으로 이어졌다. 한 중산층 가정에 들어온 하녀를 통해 가족의 붕괴와 그로인한 공포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계단을 중심으로 1, 2층이 나뉜 이층집의 그로테스크한 미장센과 불협화음의 사운드가 관객들에게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를 선사한다.

도시와 농촌, 과잉된 섹슈얼리티와 재생산 욕망, 계급상승을 꿈꾸는 젊은 여자들, 계급의 혼란에 불안해하는 부르주아 가족, 경제권을 지닌 여성에 대한 남성의 불안감 등이 그것이다. 계급성과 여성 모두를 나타내는 ‘하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농촌에서 올라온 하층계급 여성은 임신을 통해 신분상승을 꾀한다. 유현목의 <오발탄>이 리얼리즘 영화의 전통을 세웠다면, 김기영의 <하녀>는 표현주의적이며 장르적인 화법으로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한 걸작이다.(심영섭 영화평론가, 영화천국 61호)

 <오발탄>(1961)

계리사 사무소 서기인 철호(김진규)는 전쟁통에 미쳐 “가자!”를 외치는 어머니(노재신),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문정숙)와 어린 딸,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서애자), 실업자인 퇴역군인 동생 영호(최무룡), 학업을 포기하고 신문팔이에 나선 막내 동생 민호를 거느린 한 집안의 가장이다. 그러나 계리사의 월급으로는 한 가족을 먹여 살리기도 빠듯해, 철호는 치통을 앓으면서도 치과에 갈 엄두를 못 낸다. 영호는 비관적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은행 강도를 저지르지만 실패하고, 철호는 경찰로부터 영호가 은행을 털다 붙잡혔다는 전화를 받는다. 영호를 면회하고 집으로 돌아온 철호는 아내가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가지만 아내는 숨을 거둔 뒤다. 잇따른 불행에 좌절한 철호는 아내의 시신을 보지도 않고 병원을 나와 길거리를 방황하다 치과에 들러 이를 뺀다. 발치에 따른 출혈과 고통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철호는 택시에 올라타 무기력하게 “가자”고 중얼거린다.

이 영화는 전형화된 인물들을 통해 전쟁이 남긴 상처와 전후의 궁핍한 사회상을 그렸다. 특히 주인공 철호의 무기력과 좌절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시대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몽타주, 표현주의와 같은 서구모더니즘에서 할리우드 갱스터 장르의 관습까지 다양한 기법을 활용했다.

 <휴일>(1968)

이 영화는 당대에 검열로 개봉되지 못했고, 2005년에서야 영상자료원을 통해 공개됐다. 37년이 지나서야 한국영화계에 도착한 이 영화는 그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현대적인 동시에 당대 한국 청춘들의 우울한 현실을 뛰어난 예술적 감각으로 담아낸 수작이다. 유신으로 치닫기 시작하는 한국 사회의 답답하고 부조리한 분위기를, 낙태를 해야 하는 가난한 젊은 남녀들의 비극적인 휴일 하루를 빌어 극적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당대의 폭력적, 억압적인 공기를 어떤 영화보다도 뛰어나게 포착해 낸다.

이만희 감독의 소위 “예술영화 시기”의 한 복판을 관통하는 영화로 이만희의 연출력이 극에 달했던 시기의 작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씨네21 편집위원들이 당대의 모든 영화를 제치고 2005년 최고의 영화로 <휴일>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바보들의 행진>(1975)

이 영화는 암울한 시대를 지냈던 70년대 젊은이들을 감각적이면서 불안한 카메라와 함께 낭만적이고도 자조적으로 풀어놓은 ‘영상시대’의 대표작이다.

하길종 감독은 60년대 후반 미국유학을 통해 자유로운 문화를 경험했던 암울하고 숨막히는 시대현실을 신촌 일대를 배경으로 자조적이면서도 경쾌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핸드헬드와 허무하게 울려 퍼지는 내면적 목소리들은 경쾌하면서도 동시에 암울하고 불안한 젊은이들의 미래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 영화는 또한 장발단속, 음주문화, 미팅, 무기한 휴강, 캠퍼스, 군입대 풍경 등 70년대 청년문화를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바람불어 좋은 날>(1980)

이 영화는 고속성장의 이면에 빈곤과 소외가 공존했던 사회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던 바로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시골에서 상경한 덕배(안성기), 춘식(이영호), 길남(김성찬)은 서울의 변두리 개발 지역에서 중국집, 이발소, 여관에서 일을 하며 서로를 위로하면서 생활한다. 개발로 이 지역의 토착민들도 농사지을 땅을 잃고 떠날 수밖에 없다. 한편 길남은 미용사 진옥을, 춘식은 면도사 미스 유(김보연)를 좋아한다. 순박한 덕배는 시골에서 올라온 밝고 씩씩한 춘순(임예진)과 괴팍하지만 매혹적인 상류사회의 명희(유지인)를 사이에 두고 고민도 한다.

그러나 덕배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명희가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진옥은 길남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고 달아나버린다. 미스 유는 춘식을 좋아하지만 아버지의 병치레와 동생들의 학비를 위해 이발소를 드나들던 나이 많은 김 회장(최불암)의 첩이 된다. 춘식은 결국 김 회장을 칼로 찌르고 감옥에 간다. 길남은 군대에 입대하고, 덕배는 권투로 세상을 이겨보겠다고 결심한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로카르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영화다. 깊은 산속, 노승 혜곡 스님(이판용)과 동자승 해진(황해진)이 살고 있는 산사에 젊은 기봉 스님(신원섭)이 찾아온다. 기봉 스님은 세간의 정을 채 끊어버리지 못했으나 견성성불로 대자유의 길을 얻고자 주지 스님의 소개로 혜곡 스님을 찾아온 것이다. 혜곡 스님과 끊임없이 정신적인 교감을 갖는 기봉은 법을 얻기 위한 고행과 수행을 하지만 여전히 인륜과 혈육의 정, 세간의 욕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과 번뇌에 갈등하는데…

선적 구도에 질문만이 존재하듯이, 영화는 애초부터 대답이 불가능한 형이상학적 질문들을 계속 제기한다. 질문은 3명의 승려를 통해서도 제기되지만 그 못지 않게 자연을 통해서 던져진다.

 <서편제>(1993)

당시 세계화 담론 속에서 서울관객 백만을 넘으며 국민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영화다. 이청준의 원작 ‘서편제’의 일부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임권택 감독이 한국 전통 예술에 관심을 가진 첫 영화이기도 하다. 말이 필요 없는 ‘국민영화’가 된 이 영화가 당대 사회에 미친 영향은 가히 신드롬이라 부를만했다. 특히 ‘진도 아리랑’을 부르는 황톳길 위의 롱테이크는 전통예술을 한국적 미학으로 승화시키며 ‘한’의 영상미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판소리를 전문적으로 익힌 김명곤과 오정해의 연기와 지루하지 않게 관객들에게 판소리의 정서와 유봉이 송화를 눈멀게 하는 장면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 플롯 구성력과 연출력,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소설가 효섭(김의성)은 변변한 작품 하나 출간하지 못한 처지다. 후배의 출판사에서 자기 원고가 방치된 채 먼지만 쌓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효섭은 저녁 술자리에서 평론가와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철창신세를 진다. 그는 삼류 소설가로 취급받는 것에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면서 유부녀인 보경(이응경)과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결벽증이 심한 보경의 남편 동우(박진성)는 업무 차 전주로 출장을 가지만 보경이 영 미덥지 못하다.

한편, 효섭을 사랑하는 극장 매표원 민재(조은숙)는 효섭의 원고 교정을 봐주며 행복을 느끼지만, 효섭은 보경과의 불륜에만 탐닉한다. 보경은 짐을 싸서 효섭과 도망가기로 약속하지만 효섭은 나타나지 않는다. 효섭의 옥탑방을 찾아가지만 문은 잠겨 있고 인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이때 민재에게 사랑을 구했으나 거부당한 민수(손민석)는 효섭과 민재를 살해하고 넋을 잃은 채 효섭의 방에 앉아 있는데…

이 영화는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대어 그것의 비루함을 섬뜩할 정도로 드러내는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으로 90년대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린 영화다. 신파와 과잉된 정서, 틀에 박힌 이야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냉소적이면서도 ‘징그러울 정도로 사실적인’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영화였다.

   
▲ 살인의 추억(2003).(사진=부산국제영화제)

<살인의 추억>(2003)

최근 화제가 되었던 이춘재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1980년대 말 화성이라는 소도시를 배경으로 표피적으로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서사로 그리고 있으나, 한국 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드러내고 1980년대 한국 사회에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 제목과 달리 살인자가 아니라 살인자를 쫓는 시골 형사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영화 속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수사 상황은 어수선하다 못해 우스꽝스럽기까지 한데, 1980년대라는 시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올드보이>(2003)

술에 취해 집에 가는 길, 누군가에게 납치당해 사설 감금방에 갇힌 오대수(최민식)는 감금 1년 무렵, TV를 통해 아내가 살해당하고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되었음을 알게 된다. 복수와 탈출의 기회를 노리며 그곳에서 지내기를 15년. 어느 날, 잠든 대수에게 최면술사(이승신)가 찾아와 최면을 걸고, 대수는 자신이 납치당했던 곳에서 눈을 뜬다.

그는 우연히 한 일식집에서 요리사 미도(강혜정)를 만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마침내 대수는 자신을 납치한 우진(유지태)을 만나게 되지만, 우진은 5일 안에 감금의 원인을 스스로 알아내라며 미도와 자신의 목숨을 건 게임을 제안한다.

대한민국의 부조리, 폭력과 억압을 체험한 세대가 가진 분노의 혈기가 천재적인 상상력과 만난 극적인 컬래버레이션이다. 이 작품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감정은 ‘복수’ 보다 ‘사랑’이다. 비극적인 시스템 속에서 죽지 않는 ‘사랑’은 그래서 견딜 수 없이 아름답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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